우레시노의 부겐빌레아 / 2016.5.7 maronie

 

 

 

 

카메라 공부~

 

이 얘기를 하려니 또 옛날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 1950년 대에 사실

카메라는 쉽지 않은 물건이었다. 동네에 유성기라는것도 한대 정도,카메라는

아예 하나도 없었다. 장터에 가면 사진관이 하나 있었으나 거길 가 보는 사람도

실은 거의 없었다.

 

사진이란 걸 찍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을 지날때 까지도 카메라는 남의 동네 일이었다.

뭐가 손에 잡혀 있어야 관심이라도 가지지,고등학교 졸업 후에 어느 친구가

조그만 트랜지스터를 가지고 왔는데 이게 좌우 음이 분리되는 스테레오란 거였다.

하도 신기해서 그 멋진 음을 오랬동안 들어봤던 기억이 있다.

 

해서 초,중,고 대학을 통틀어 변변한 사진이란게 없다. 물론 아무리 사진이 많았

다해도 개인적 역사이니 뭐 그리 대수로울것도 아니지만. 내 손으로 카메라를

장만한 건 대학을 졸업후 취직을 해서 돈을 번 다음이었다. 거의 1980년대에

들어와서다.

 

*

 

그렇게 겨우 시작된 나의 카메라. 고등학교때는 30명씩 두 개의 科가 합쳐진

즉 인쇄과라는 데와 건축과가 한 반이었는데 인쇄과는 사진을 공부한 곳이다.

나는 건축과를 다녔는데 우린 사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운게 없다.

그리고 주변에 사진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고로 제대로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탈로 넘어오긴 했지만 디지탈의 원리가 뭔지 알게 뭐란

말인가? 그냥 찍으면 되지. 사실 더 이상 깊이 안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세상에는 혼자 배워서 되는게 있고 안되는게 있는 모양이다. 전문

선생한테 제대로 배운 건 뭐가 달라도 다르기 마련이다.

골프는 거의 독학으로 배웠지만 용케 완전 싱글의 반열에 올랐다. 워낙 거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카메라?

 

이제 그 최고봉으로 일컫는 DSLR 로 가기 직전이다.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해 둬야할것 같아서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 기초 이론이란게 아무

래두 잘 이해가 안된다. 허긴 아직 제대로 매달려 공부 해 본것도 아니니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지만, 아무려면 카메라가 20여년 해왔던 골프보다

더 어려울까.

 

 

엊그제 강남 학동 4거리의 한 빙딩에서 카메라 중급 강의란게 있었다. 큰

맘 먹고 찾아가 자리에 앉으니 옆자리에 70은 족히 넘었을 아니 그보다 더

되었을지도 모르는 할머니 두분이 앉아 계신다. 옆에는 육중한 카메라를

내려놓고 말이다. 으휴~일찌기 저렇게 연세 드신 분들이 카메라를 다루는걸

본적이 없어 저으기 신기했다. 한눈에 고수임이 분명했다. 배우고 익히

는데 나이가 뭔 상관이랴마는!

 

 

고3때 늦게 시작한 영어~ 삼위일체를 들으러 광화문 세종학원에 갔을때

일이다. 맨 뒷좌석에 중 3생 둘이 앉아 있었다. 당시 경기중학교 애들

이었다. 3년의 차이~ 난 그때 숨이 막히는줄 알았다. 늦게 시작한 공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똑똑히 본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카메라~ 70을 훨 넘은 할머니 두 분을 보면서 40여년 전

영어공부 할때와 대비가 되었다. 그때는 나이 어린 동생들을 보면서 , 이번

에는 나이를 저만치 초과한 할머니 두분을 보면서!

 

카메라가 단순 취미이긴 하지만,또 카메라를 전문가처럼 배울 생각도

없지만 적어도 좀 배우긴 배워야 할 그 무엇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끝으로 내가 생각하는 카메라에 대한 소견 한마디,

 

흑백이건 칼라건 카메라는 사물을 표현하는 기록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풍경,건물,인물,동물,등등을 기록하는 것인데, 눈으로 보는것과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것이 그리고 기록으로 남는 것이 무슨 차이란 말인가?

 

눈으로 본 것은 머리에 저장되지만 부정확하고 대개 잊어 먹는다. 나무잎

하나 꽃잎 하나를 보더라도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이 세밀하고 새롭다.

배꽃이 흰 줄만 알았는데 그 속에 핑크빛 꽃술이 있는줄 안 게 카메라를 통해서다.

말하자면 사물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카메라이다.

 

세상 모든 만물은 찰라에 변하고 사라진다. 순간을 붙잡아 놓는 건 카메라다.

그리고 세상에서 유력하게 어떤 일에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특성중에 하나

는 카메라에 상당부분 고수였다는 점이다. 이런 말은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난 그 말에 상당부분 동의를 하는 셈이다. 왜? 카메라에 심취한다는 건 감각적

초월적 어떤 감성에 접근하는 것이고 사물을 보는 눈이 좀더 예리해 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루틴한 일이 아닌 엣지가 있는 어떤 일

에 누가 더 성공적이겠는가? 단지 패션, 예술,디자인 같은 부분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여행을 제대로 하는데도, 등산을 멋지게 하는데도,일상의 삶을 기록해 두는데도

카메라는 필수이다. 일생에 한번 갈까 말까하는 여행을 하고도 변변한 사진 하나

남겨두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그냥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 몇장이 전부인 여행!

이렇게 인생을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카메라에 몰입하여 눈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춥거나를 가리지 않고

소위 며칠씩 출사를 떠나는 그 정도는 못할것 같다. 나는 그저 내가 가고 싶은

여행,산,들,바다,꽃,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를

좀더 근사하게 멋지게 기록해두고 싶을 뿐이다.

 

그것은 곧 나의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고 궤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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