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를 출발하여 양산, 부산, 마산을 통과하여 통영까지 가는 길은
무척이나 멀었다.
부산 뒤편을 통과하는 길이지만, 상당히 큰 산들이 즐비했다. 특히 마산을
우회하는 도시 외곽 도로의 풍광은 매우 준수했다. 마산의 중심 부근은 어떨지
몰라도 외곽을 둘러싼 산이 출중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눈에 띄는 나무의 수종도 아열대풍의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 아! 이러면 이런 동네에 인물이 수월찮게 나겠는데~~"
산수와 인물을 연관시키는 것이 약간의 무리가 따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의
첫 感은 그렇게 다가왔다.
마산을 빠져 나가자 급격히 풍광은 그저 그런 야산의 풍모로 바뀌고 있었다.
눈에 띄는 나무들도 이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시원찮은 평범한 것들이었다.
고성에서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다시 타고 내려갔다. 고성은 공룡알과 발자국으로
유명하지만, 눈에 보이는 풍광은 그 예전 전혀 공룡이 살았을 거 같지 않은 평범한
동네였다.
통영 서호시장에 도착했다. 해물도 좀 사고 만성 복집에서 저녁도 해결할 심산이었지만
복집은 이미 문을 닫았다.
식당이 오후 일찍 이렇게 문을 닫는단 말인가?
' 새벽 일찍 문을 열기 때문에 그래요~'라고 인근 가게 주인이 답을 해 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거이 선진국형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고 있는 중 같았다.
아내는 유튜브에서 봤다며 지금 계절에 먹을 수 있는 좋은 거라며 '호래기'라는 작은
꼴뚜기 같은 걸 샀다. 숭어도 2 마리나 사서 회를 떠 가지고 일단 리조트로 출발했다.
달아 공원 약간 못 미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직 혿동백이 빨갛게 피어 있었다.
리조트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했다.
아까 서호 시장에서 구입한 호래기와 회를 먹어보니 기대만큼의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 아~ 오늘은 먹는 건 다 꽝이로구나~"
결국 남은 호래기는 삶아서 술안주로 해 치웠다.
여행에서 더러 이런 일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먹는 게 시원찮으면 덩달아
여행 자체도 재미 없어질 수 있다는 거~ 그것이 문제였다.
이튿날도 날씨는 좋았다. 얏호!!
나는 미래사 편백나무 숲으로 안개 낀 다도해를 보기 위해 아침 식사 전 리조트를 나섰다.
아내는 이미 한번 가 본 적이 있는지라 안 따라가고 쉬겠다고 한다.
E.S 리조트에서 본 아침 풍광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풍경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아침 일찍 미래사는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미래사 편백나무 숲 끝에서 본 다도해 풍경
저 멀리 한산도~ 거제도 등이 구름처럼 넘실대며 안갯속에 보인다.
어촌의 이른 아침 풍광은 너무도 평화 그 자체이다~(미래사 입구)
"그래~ 그렇지! 이걸 보려고 멀리 여기까지 온 거야^ "
리조트에 다시 들어오니 그 어느 풍광에 못지않은 평화로운 모습이
여전히 전개되고 있었다.
이것이 E.S 가 자랑하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그런 모습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도 못지않게 준수하다.
딱 이 자리~
식탁에서 내다본 앞바다 풍광이다!
그저 이 자리에 몇 시간이고 앉아만 있어도 몸과 마음이 푹 쉬어질 그런 경치다.
가는길에 얼핏 보여서 들러본 마을 옆의 이 나무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통영 케이블카를 타러 나선다. 그동안 통영을 7-8차례
왔지만 케이블카는 생각을 못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무척 많다. 대기 번호에 맞춰 10여 분 정도 기다렸다.
설악산의 권금성 케이블카도 그렇고 여기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도 그렇다.
도대체 케이블카를 타는 목적은 뭘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산 정상에서의 시원한 전망을 보기 위함이다.
물론 시간을 아껴 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함도 있다.
미륵산 정상에서 본 동원 cc 골프장 및 한산도, 거제도 등의 모습
미륵산 서쪽으로는 박경리 기념관과 멀리 당포 앞바다가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에 케이블카를 탄 건 잘한 일 같다.
통영을 아무리 자주 온들 땅 밑 동네만 다녀서는 이런 전체적인 조망을 얻을 수 없다.
이제 보니 통영은 참 작은 도시다.
미륵산 정상에는 진달래가 때마침 예쁘게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동서남북 통영 주변의 다도해를 실컷 조망한 후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을 했다.
통영이 낳은 화가 전혁림 미술관과 이순신 기념 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오후
일정이다.
생전 거주하던 집을 미술관으로 개조한듯한데,
이 동네가 항구도시 치고는 매우 정갈하고 깔끔한 동네였다.
이분의 작품이 청와대에 걸려있다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전시실 내부에는 피카소의 작품이 걸려있었고 내부 촬영을 금하고 있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미술관 담벼락 쯤에 놓인 화분~
뭔가 깔끔한 이 느낌은 뭘까? 이런 기분은 재작년 이천의 도자기 공방에
갔을때도 있었다.
미술관 바로 앞에는 이렇게 운영하는 책방도 있었다.
'봄날의 책방'
점심을 인근 '통영 해물 뚝배기'집으로 정했는데, 맛집으로 소문이 난 듯 손님이 무척 많았다.
마치 제주에 가면 맛볼 수 있는 뚝배기와 비슷한 맛인데, 그래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입에 맞는 식사를 한 셈이다.
사실 통영까지 와서 봄 벚꽃 놀이를 할 건 아닐지 모르지만, 만일 우연히
이곳을 벛꽃 시즌에 지나게 된다면 바로 '용화사'가 있는 이 동네 전후좌우
도로는 아주 멋진 풍광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한산도 제승당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그럴려면 한산도를 투어링 하는
별도의 배를 타야 했다. 해서 이번에는 패스하기로 했다. 대신 통영의 동쪽 끝에
있는 이순신 공원을 가 보기로 했다.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지만, 실제 이순신 장군은 32전 32승을 거뒀다는
이야기이다.
공원 중앙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높게 건립되어 있었고 멀리 한산도 입구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고 계셨다.
동백은 아직 다 지지 않았고, 철쭉은 이제 막 필 준비 중이다.
만일 수국을 좋아한다면 6월 말쯤 이곳을 찾는다면
온통 공원을 물들일 수국의 천지를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벚꽃이 살짝 지고 진달래는 아직 피어있는 그리고 동백꽃이 여전히
붉게 곳곳에 남아있는 통영의 늦은 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리조트에 늦게 들어오며 수산과학관에서 본 리조트 앞 바다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