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회 라이더컵
1년에 한번도 아니고 2년에 한번 열리는 라이더 컵이 42회째를 맞았다니 참 역사도 깊다^ 전쟁중이던 몇년을 빼면 거의 90여년의 역사가 깃든 셈이다 어제 밤까지 꾸준히 경기를 지켜본 소회가 꽤 이것저것 있는데 오늘 아침까지 인터넷 여러 매체를 찾아봐도 이렇다할 관전평이나 개인적 느낌같은걸 써 놓은걸 발견하기가 어렵다. 허긴 한국이 전혀 관여된것도 아니고 남의 나라 골프잔치에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한다는게 애시당초 격에 안 맞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명실공히 세계 남자 골프계의 최강들이 맞붙는 골프 대회를 주의깊게 지켜본 이들이 많을것이고 또 거기서 이런저런 배울점도 찾아 볼게 많을텐데, 걍 모른체, 넘어갈 순 없잖은가? 개인적 소회를 주절주절 어디다 올려봐야 반대 의견에 부딫칠 공산이 크고 난 이렇게 봤는데, 전혀 다르게 볼수도 있고 불필요한 감정적 충돌이 발생할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좀 주저하게 된다 허나, 뭐 개인적 블로그에서야 뭐 그럴일이 있을까?
국가 대항전이라는게 대체로 포볼,포섬,그리고 개인전 이렇게 세가
지로 하게되는데, 골프의 특성과는 조금은 다른 셋팅이라고 보여진다^
그 이유는 골프경기는 대체로 개인주도의 게임으로 다른 선수와 짝을
이루어 시합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1 매치 플레이라는걸 간혹 채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3명,
혹은 최종전엔 2명이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는 스트록 플레이를 한다
그런데 포볼게임도 어찌 보면 개인전과 비슷하지만, 약간은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경기다. 그리고 포섬은 완전히 팀 플레이가 요구되는
경기 방식이다.
2일에 걸쳐 도합 16게임이 포볼,포섬 경기다 보니 경기의 주 흐름은
여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머지 개인전이 12게임이니
포볼,포섬 게임 방식에서 승패가 어느정도 좌우된다고 봐도 될듯하다.
그런데 그 16게임에서 유럽이 10게임을 이기고 미국이 6게임을 이겼
다. 실상 4 게임 차이지만, 2게임을 미국이 더 이겼어도 8;8이 되는
근소한 차이이긴 하다^ 그러나, 이 결과가 마지막 1;1 매치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큰듯했다.
뭐가 됬건 처음부터 유럽팀과 미국팀은 경기에 임하는 느낌이 많이 달
랐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유럽팀은 뭔가 모르게 활기가 넘쳤고 팀원
끼리의 유대감이 크게 느껴진 반면 미국팀은 분위기 자체가 어둡고 동료
애 같은것이 별로 보여지지 않았다. 이겨도 시큰둥,져도 시큰둥,, 도대체
경기를 즐기러 온건지 마지못해 출전한건지 알수없을 정도였다. 왜? 그랬
을까?
골프장의 컨디션이 처음부터 미국팀에 안 맞았을수도 있다. 즉 그린 스피
드는 미국의 메이저 대회에 비해 많이 늦는 느낌이었다. 페어웨이 폭은
좁고 러프는 깊고 해서 호쾌한 장타를 휘두르는 골퍼에 별로 유리하지도
않았다. 타이거 우즈의 초반 퍼팅이 전부 턱없이 짧은걸 봐도 그린 스피드
가 미국과는 전혀 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유럽선수
들에게 유리한 골프장 조건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그거야 당연하겠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자기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당근 만들지 않을까?
그렇다손 치드래도 미국팀은 왜 그리 파이팅이 없었을까? 마치 무슨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같이 풀이 죽어 있었고 기세가 보이지 않
았다. 한홀 한홀 이길때마다 포효하는 유럽선수에 비해 거의 그런걸
찾아 보기 힘들었다. 애시당초 이번 게임은 이길수 없다고 지레 생각
한걸까?
모처럼 타이거 우즈의 경기력도 살아나서 골프계에 활력을 더하는 시점
있었다. 허나 타이거 우즈라는 변수가 여타의 미국 골퍼에게는 그닥
좋은 영향을 미치는게 아닐수도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우즈가 출전한
라이더 컵에서 미국팀이 이긴 경우가 거의 없다니 말이다^ 말하자면
타이거 우즈의 탁월한 영향력이 미국팀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마이너스 요인으로 결집력을 떨어뜨리는것으로 작용한
다고 볼수 있을것 같다^ 이미 수차례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그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내지 못한 미국팀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타이거 우즈는 이런 방식의 팀웍 플레이에는 적합하지 않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도 있을것이다. 즉, 그는 참여는 하되
실제 경기에는 뛰지 않는 쪽으로 정리를 하는게 좋지 않을까! 모처럼
경기력을 찾았으니 이번에 한번 본때를 보여줘라^ 이렇게 한것이 되려
팀에 독이 되는 결과를 낳은건 아닐지^
좀 아니러니칼 하지만, 타이거 우즈의 포지션을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앞으로도 이 대회는 관건이 될것같은 느낌이다. 타이거 우즈만의 문제도
아니다. 필 미켈슨도 마찬가지 케이스인듯하다^ 물론 우즈 만한 영향력을
미치진 않지만, 노장이라고 해서 팀에 넣어주는건 그 닥 좋은 모양새가
아닌것같다^ 마치 한국에서 하는 방식을 미국에서도 여전히 쓰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에 선발되지 못한 부주장인듯 분주히 활동하던 잭 존슨이
생각이 난다. 영리하고 교타자인 잭 존슨이 합류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패하진 않았지 않을까? 심지어 단장으로 활동한 짐 퓨릭이
선수로 뛰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지 않는가?
리키 파울러도 이해하기 힘든 게임을 했다.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는
자신만만한 게임을 하던 그인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졋으니 말이다.
세계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는걸 여실히 보여준 결과였다^ 유럽팀이 그
토록 대단했었나? 하고 되집어 생각하게 만든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 미국팀에 무언의 응원을 보낸건 아마도 타이거 우즈 때문이
었을것이다^ 수년간의 부진을 떨어내고 투어챔피언십 우승을 일구어 낸
그의 눈부신 복귀가 무엇보다도 대단했고 전세계 골프계에 미친 영향 또한
막대했기 때문이다^ 해서 그가 보란듯이 맹타를 휘둘러 과연 황제임은 물론
예전의 기량을 완벽히 되찾았음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세계랭킹 1위라고 항상
이기는것도 아니고 랭킹이 떨어졌다고 맨날 지는것도 아닌게 골프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골프는 재미있다^
미국은 애초부터 연합국이었지만, 유럽연합에 비해 그 유대감이나 단결
력 같은게 많이 부족해 보였다. 무언가 뿔뿔이 흗어져 뭉쳐져 있는 모래
알 같다고나 할까? 개개인의 실력은 유럽에 비해 높은거 같은데, 단체
로 하는 이번 게임에선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 한국이 대체로
여타의 스포츠에서 그랬지 않았던가?
라이더 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