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나의 생각

논둑길을 생각한다 ---(3)

춘강마로니에 2018. 8. 23. 18:38

 

 

 

 

벼가 다 익은 논둑길도 좋았지만 실상 5월 초에 모내기를 하면 

6월 넘어 중순쯤 벼는 상당부분 키가 자라게 된다. 온 들판은

새파란 그린 칼라로 뒤덮힌다^ 초록의 들판에 그러나 장마가

진다. 

 

6월 중순 이후의 여름 장마다~  넘치는 물은 큰 개울을 덮치고

방파제를 넘어 들판을 뒤 덮기도한다. 청미천 물이 일죽 들판을 

뒤덮으면 며칠씩 교통이 두절되기도 했다. 길을 건너 학교에 갈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그 장마가 지면 논둑길과 수로에는 송사리 떼가 창궐을

했다. 송사리를 잡는 방법은 얼게미라는 걸 가지고 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대는 것이다. 얼게미를 대놓고 손가락을 살짝 철사

망에 대고 있으면 송사리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다 철

망을 치는 느낌이 온다^ 그렇게 해서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 송사

리를 잡는다. 잡은 송사리는 금세 죽는다^  초여름 풀을 먹고 자란

송사리는 실상 맛이 쓰다^ 너무 작아서 배를 따고 끓여 먹기가 어

려워 그냥 졸여 먹는다. 

 

장마철 학교 끝나고 집에오면 송사리 잡는데 나머지 시간을 다 바쳤다

비가 많이 내리면 송사리뿐 아니라 붕어들도 물을 쫓아 오르내리는데

어느날 집으로 오다 동네 앞 200여평 되는 풀밭을 지날때였다^ 

 

커다란 붕어들이 허연 배를 드러내 놓고 풀밭속에 퍼덕이는게 보였다

기껏 송사리만 잡던 나에게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얼른 집에가서

얼게미를 가지고 와서 풀밭을 훓었다. 붕어는 끝이 없이 나왔으니

그날 잡은 붕어도 상당량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붕어를 공짜

잡는 횡재를 한것이다^ 

 

 

 

초여름 붕어를 잡을때는 저렇게 파란 벼가 자랄때이다^ 장마철

송사리를 잡을때도 물론 저렇게 녹색의 들판일 때이다.

 

어릴적 시골서 자란 이들은 아마도 이런 글이 조금은 공감이 갈

것이다^ 지금이야 기계로 모내기를 하고 기계로 벼를 베고 기계

에서 탈곡을해서 사람의 손이 거의 안 가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으로 농사를 짓던 그때는 논과 벼와 논둑과 그것들이 어우

러져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벼를 다 베어낸 논에서도 스토리는 계속

만들어졌다.

 

 

겨울이면 얼음이 언 논 한편에서 삽으로 흙을 퍼내어 미꾸라지를

잡았다. 비교적 좀 큰 논에서는 얼음위에서 팽이치기,설매타기

를 하루 종일 했었다. 이래저래 논은 정말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인간에게 더없이 유익을 주는 장소였다.

 

논둑길에 못지않게 밭둑길에 얽힌 추억도 많다^

 

논둑 밭둑 작은 동산, 마당, 동네 뒷담, 초가집, 수수밭,보리밭,

개나리,진달래,미류나무,우물가,들깨 냄새,아카시아 나무 냄새,참나무,

소나무,참새,촉새,하얀 눈, 소낙비, 장마비,비닐우산,우비,도시락,

책가방,모래갱변,개울가의 갈대,고구마,땅콩,,, 끝도 없이 떠오르는

기억들^ 하나하나에 몇가지씩 딸린 글을 써도 모자랄 판이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의 기억들^ 불과 십여년의 추억이

이렇게 방대하다^ 누가 뭐래도 그 추억들은 나의 보물창고 임이

분명하다

 

 

그 논둑길을 보며 시골길을 달린다^ 저수지에 담긴 물보다 더

많은 나의 기억들을 꺼내면서 들판을 바라 본다^

 

 

아! 그 누가 공감하는이 있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저 들판을 바라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