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末3初 - 횡성, 초평
코로나가 오기 전 2019년 2.27~3.3 이 시기엔 니가타의
묘코고원에서 스키를 타고 있었다. 즉,아직은 겨울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봄이 오는 문턱이긴 하지만 아직 따스한 봄바람은 아니며
그렇다고 겨울의 깊은 흔적이 남아 있지도 않은 하지만 봄의
기운이 살짝 더 강한 그런 시기이다.
27일 오후 좀 일찍 집에 오니 아무도 없다. 일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았던 평택 무봉산이 생각이 났다. 거기나 한번 가볼까?
그곳 만기사란 절 엔 한국 현대사가 낳은 비극의 장본인 이정
박헌영의 아드님이신 원경 스님이 주지로 계신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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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봉산은 그리 높은 산도 아니고 그저 야트막한 산이다
집에서는 불과 20여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이 나이
먹도록 그런 사실조차 잘 몰랐고 더구나 가까운 곳에 그런
사연이 있는 사찰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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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사 돌기둥에 새겨진 글씨!
아주 단순한 글이지만, 이제껏 어디서도 두 문장을 대비하여 들어 본
바가 없는 글이다.
" 원수는 갚지 말고, 은혜는 갚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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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경 주지 스님이 봉안하고 계신다는 탑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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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관련된 일화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와 박헌영 일가와 연관해서는 매우 흥미 있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금세 이야기의
전말에 도달하실수가 있을 것이다
봄바람인지 겨울바람인지 모를 살짝 찬 바람이 불어오는
만기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어디 멀리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연 이틀을 앉아 쉴 수
도 없어 즉흥적으로 생각을 해 낸 게 횡성이다. 횡성 하면 아주
먼 곳 같지만 집에서 100km 정도의 거리이다. 사실은 그 동네
에 이곳 수원에서 몇 년 전 카페를 지어 이주를 한 선배 한분이
계시기도 해서 겸사해서 가 보기로 했다.
1차 목표는 송어회였다.
"그래 겨울에 먹는 송어회가 진짜지!
송어는 원래 찬물에서 사는 고기가 아닌가? 그러니 지금이
제격일 거야! "
몇 년 전 죽산에 있는 장광 호수라는 데서 겨울 얼
음을 뚫고 송어를 잡은 적이 있었지만, 왠지 진짜 송어 맛은 아
난 듯 느껴졌다.
횡성 산속엔 많은 송어 양식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
와 보니 송어 양식장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왜? 그럴까?
속실이라는 동네는 횡성에서도 아주 먼 끝자락에 있었다. 여름
철에 와 보면 아주 좋을 듯했다. 산이 깊고 계곡도 아주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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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쯤 오면 목련이 기막히게 필 거라고 말하는데
글쎄! 송어회 맛보러 이런 깊은 산골을 누가 그리 많이
찾아올까?
제철 송어회를 맛본 소감은 뭐랄까! 사람들이 일상으로
찾아서 먹을 그런 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였다
횡성 한우마을 근처에 위치한 선배의 카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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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선배는 원래 가수 출신이시다
김성봉 가수라고 수원에 요지의 꽤 큰 땅을 처분하고 한적한 이곳
횡성에 둥지를 틀었다. 대표곡으로는 " 우리 사랑은 " 이 있다
우리는 차 한잔 후 카페 건물에 설치된 카카오 스크린 골프로 한참을
놀았다.
* *
그렇게 연휴 1일 차를 보내고 3.1절이다. 아침부터 봄비가 세차게
창문을 때린다.
오늘 일정 역시 즉시 정해졌다. 진천 초평 저수지를 가 보자. 초평
엔 붕어찜이 아주 유명하다. 붕어찜, 어느 집이 좋을까? 해서 출발을
해 보니 비가 장난이 아니다. 아니 이 비에 붕어찜 먹자고 80km 나
되는 초평으로 거센 빗길을 달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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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이라 하니 단골로 가는 집인가 하는데 식당 이름이
단골집이다. 세찬 비가 흩날리는 초평 저수지는 그러나 매우
아늑하게 느껴졌다. 주변 산세가 완만하지만 상당히 높은 편이고
봉긋하니 호수가 그 산중에 쌓여 있는 느낌이다.
막걸리까지 한잔 하니 정신이 몽롱하다. 희 뿌연 운무를 헤치며
호수 구경에 나섰다. 아! 이런 봄비 오는 호수 풍광도 보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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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리는 호수는 생각보다 매우 아름다웠다. 5월쯤 아카시아가
향기를 내뿜는 그때 오면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 호수 주변이 온통
아카시아 나무이니!
허긴 몇 년 전 겨울 근처 농다리를 보러 왔을 때도 그 생각을 했
지만 아직 5월 그 시절엔 와 보질 못했다.
사람 간에 약속도 지키긴 어려운 거지만 나 와의 약속도 그리 쉽게
지켜 나가긴 어렵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렇게 2말 3초의 연휴는 지나갔다!